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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는 옛말되나? 문과 출신 IT개발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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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9-05-07 10:06
이과생 공급 크게 모자라자
전공불문 재교육 취업 늘어
SW인재 3만여명 부족…"4차 산업혁명 융합이 대세"

10·20대 소위 `Z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라디오 라이브 플랫폼 `스푼 라디오`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는 나경숙 씨(가명·30)는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취업해서도 마케팅 기획 같은 일반 문과생이 하는 업무를 맡았다. 나씨는 전국 기술자들이 모이는 `전국기능경기대회` 관련 업무를 하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는 "앱 개발 관련 교육을 오래 받지 않았지만 훌륭하게 개발하고 있는 대가들을 이 대회에서 만날 수 있었다"며 "마음속에서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이 들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학원에서 6개월 정도 자바(Java)와 스위프트(Swift) 같은 컴퓨터 언어를 학습한 뒤 현업에 투입돼 8개월가량 실무와 직무 훈련을 받았다. 지금은 매달 130만명이 이용하는 스푼 라디오의 앱 개발을 맡고 있다. 이처럼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은 소위 `컴알못`들이 정보기술(IT) 업계 개발자로 진입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문과생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IT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사람을 뽑겠다는 곳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사람이 없는 탓에 비전공자라도 관련 직무교육을 받았다면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전산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스핀글로벌 솔루션 개발팀 김의진 씨(40)도 비슷한 사례다. 김씨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두산중공업 재무팀에서 6년간 근무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전문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퇴사했다. 이후 한국폴리텍대학 스마트금융과에 입학해 실무 능력을 길렀고, 학교 추천을 받아 산학협력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에 입사했다.

청소 서비스의 `우버` 같은 역할을 하는 플랫폼 `미소` 서비스를 개발하는 윤호 씨(35)는 법학을 전공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인사담당자로 5년간 근무했지만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에 퇴사했다. 창업을 고민하며 알게 된 사실은 "간단한 창업도 개발자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다양한 직무교육 과정을 4개월가량 듣고 2018년 10월 `미소`에 입사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뽑은 첫 번째 주니어 입사자가 됐다.

IBM에 따르면 데이터와 개발능력을 융합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2020년까지 미국에서만 272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IBM은 이를 `퀀트 크런치`라고 표현했다.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같은 소프트웨어 인력은 3만2000여 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은 천재적인 코딩 실력을 자랑하는 S급 인재나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석·박사 출신 A급 인재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을 채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기업들은 차선책으로 석·박사 학위가 없거나 컴퓨터공학 전공이 아닌 문과생이라도 향후 뛰어난 코딩 실력을 갖출 자질이 있는 이들을 속속 채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암을 진단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김선우 딥바이오 대표는 "전공과 관계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발달돼 있다면 우선적으로 채용한다"고 말했다. 과거 딥바이오에서 채용했던 에이스 개발자 중 한 명은 영문학과 철학을 복수전공했던 문과생인데, 개발능력을 향상시켜 지난달 말 구글로 이직했다.

김 대표는 "같은 원통이라도 위에서 보면 동그란 원이 되고 옆에서 보면 네모난 사각형이 된다"며 "특정한 현상이나 문제를 놓고 다양하게 접근하는 전문가들이 함께 모였을 때 회사 역량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문과를 전공하고 컴퓨터공학을 배우는 사람과 컴퓨터공학을 배운 뒤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론으로서 타 학문을 접하는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것이 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스푼 개발자인 나씨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 `지금까지 도전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도전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채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미소에 취업한 윤씨는 "비전공자라 기본적인 개념과 이론이 약하고 개발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역시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배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문과생 출신 개발자의 장점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직무교육 전문 스타트업 러닝스푼즈의 이창민 대표는 "흔히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데 이것의 본질은 결국 융합의 시대가 다가왔다는 것"이라며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과 코딩을 결합하고 마케팅과 코딩을 결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신현규 기자]
신현규 기자 입력 : 2019.05.05 18:09:52  수정 : 2019.05.06 10: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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